은하하고 둘만 오순도순 살려 했던 나...
하지만 8개월의 은하에게 찾아온 발정기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은하를 들이는 데도 많은 고민을 했기에 셋째를 들이는 것이, 심지어 암컷 짝을 맞춰주는 게 너무 부담되어 하지 않으려 했다. 짝을 맞춘다는 건 번식을 해 알을 낳는 문제가 생기고, 알이 부화하면 아기새가 생기니 그 생명을 책임지는 문제가 생기는 등 너무 많은 고민이 뒤따르니까.
짜증이 많아진 은하를 그냥 어르고 달래며 참고 버티던 중, 앵무새카페에서 짜증과 입질이 심해진 은하를 보고 "너도 많이 힘들구나."라고 안타깝게 말하는 걸 듣고 한 대 맞은 것처럼 멍해졌다. 은하가 짜증이 많은 걸 나만 참으면 된다고 생각하며 그 짜증이 은하의 힘듦의 표현임을 간과하고 있었다. 그걸 깨달으니 내가 힘든 것보다 은하가 힘들다는 생각이 날 괴롭게 했다. 그래서 고민도 부담도 내가 다 짊어지고 은하를 위한 선택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왕관이 그렇게 손이 귀한 종이 아닌데도 막상 구하려니 힘들었다. 다른 건 포기해도 성별과 지역을 고려하니 가정분양이 아예 전멸해버렸다. 자주 가는 리프패럿 별내점도 왕관앵무가 오자마자 분양가는 경우가 많고 신기하게도 노래하는 수컷 왕관앵무만 와서 구할 수가 없었다. 곤란하던 중 리프패럿 별내점 사장님이 내가 암컷을 못 찾아서 곤란해하니 암컷 왕관앵무를 찾아서 소개해주셨다.
사진만 봤을 때도 나리는 너무 예뻤다. 은하의 예쁜 펄이 사라진 게 아쉬웠는데 나리는 드문 루티노펄에 암컷이라 펄이 사라지지도 않는다니 마음이 끌렸다(수컷은 성숙하면서 펄이 있던 개체는 펄이 사라지고, 얼굴이 노랗게 되고, 오렌지색 귀털이 짙어진다). 그래서 직접 보고, 은하와의 상애도 나쁘지 않은 걸 보고 바로 데려왔다.
나리는 개월수도 좀 있고 충분히 예쁨받지는 못했는지 입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아직도 머리를 쓰다듬을 수가 없다. 그 점은 마음먹었던 부분이라 아무렇지 않고, 나리가 가시깃 때문에 꼬질꼬질할 때 다듬어줄 수 없는 것만 아쉬웠다. 가려운지 은하한테 골라달라고 고개를 숙이는데 은하녀석이 안 골라주고 깨물기만 한다ㅠㅠ
현재 상애는 애매하다. 원래는 나리가 은하에게 호기심도 관심도 있었는데, 나리는 아직 생각이 없는데 은하가 너무 구애를 하니 언젠가부터 짜증이 났는지 은하가 다가오면 마구 쪼려고 한다. 평소 소리를 거의 안 내는데 은하가 오면 바람 빠진 삑삑 소리를 내며 깨문다;;
하지만 싸우다가도 나리가 은하가 가면 뒤를 졸졸 쫓아다니고 잘 때 옆에서 자려 하는 등 묘한 사이이다. 왕관앵무는 앵무새끼리 썩 친하지 않은 경우가 더러 있고, 대신 다칠 만큼 싸우는 일도 없다고 하니 그냥 지켜보고 있다. 은하도 모든 앵무새에게 배타적이었다가 발정기가 오면서 바뀐 경우이니 나리가 발정기가 오면 좀 변하지 않을까 기대한다. 안 변해서 짝짓기 안 하면... 집사가 고민 해결이라 오히려 좋아?(은하는?????)
그래도 은하 혼자 덩그러니 외출한 나를 기다리던 때보다는 훨씬 좋은 것 같아서 나리를 데려오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은하도 나리도 모두 나하고 오래오래 같이 살자!
'앵무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앵무새/카페/별내]리프패럿 별내점, 앵무새카페 입양후기 (4) | 2024.09.30 |
---|---|
[앵무새]파우더 (2) | 2024.09.27 |
[앵무새]앵무는 방해가 일상 (3) | 2024.09.23 |
[앵무새]빼꼼앵 (0) | 2024.09.23 |
[앵무새/카페/별내]리프패럿 별내점, 호텔링 후기 (0) | 2024.08.02 |